픽업트럭은 실용성과 내구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대부분의 픽업트럭은 앞에 엔진이 있고, 중간에 탑승 공간이 있으며, 뒤에는 화물 적재함이 달린 전형적인 구조를 따른다.
하지만 모든 모델이 틀에 박힌 형태를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 역사 속에는 기존 틀을 벗어나 독창적인 시도로 주목받은 모델들도 존재했다. 다음은 그중에서도 특히 이례적인 디자인과 콘셉트로 회자되는 다섯 가지 픽업트럭이다.
1. 쉐보레 코베어 램프사이드(Corvair Rampside)
1960년대 초, 쉐보레는 폭스바겐 비틀의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랭식 리어 엔진을 갖춘 ‘코베어(Corvair)’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차량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베어 픽업은 독특한 ‘램프사이드(Rampside)’ 트림을 통해 화물 적재 기능을 강화했다.
램프사이드는 측면에 장착된 도어를 아래로 내리면 경사로처럼 작동하는 구조로, 무거운 짐을 쉽게 실을 수 있게 설계됐다. 엔진은 적재함 아래에 위치했고, 전면부는 캡오버 형태를 띠고 있어 당시 기준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구성이다. 실용성은 인정받았지만, 크기와 출력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시장 반응은 냉담했고, 단 3년 만에 단종됐다.
2. 닷지 다코타 스포츠 컨버터블(Dakota Sport Convertible)
닷지는 1987년 중형 픽업 시장을 겨냥해 ‘다코타’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1989년형 ‘다코타 스포츠 컨버터블’은 업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오픈톱 픽업이었다. 이 모델은 ASC(American Sunroof Company)에 의해 개조돼 수동식 접이식 루프와 간단한 롤바가 적용됐다.
픽업트럭이지만 컨버터블이라는 설정은 당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소수지만 확고한 팬층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이 모델은 3년 동안 한정 생산됐고, 지금도 미국 픽업 역사에서 가장 이색적인 시도로 남아 있다.
3. 쉐보레 SSR
2000년대 초반, 미국 자동차 업계는 복고풍 디자인 열풍에 빠졌고, 쉐보레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2003년 등장한 SSR(Super Sport Roadster)은 1940년대 후반 트럭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2인승 하드톱 컨버터블 픽업이었다.
GM의 T360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으며, 초기에는 5.3리터 V8, 이후에는 콜벳의 6.0리터 LS2 엔진(최고출력 390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스포티함과 복고 감성, 그리고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했지만,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06년 단종 이후에도 ‘가장 논란 많은 픽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모델이다.
4. 링컨 블랙우드(Blackwood)
1990년대 후반, 포드는 고급 브랜드 링컨을 통해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블랙우드’는 내비게이터의 전면부에 F-150 슈퍼크루의 적재함을 결합한 형태로, 고급스러운 외관과 실내 사양이 특징이었다. 흑단 무늬를 적용한 적재함과 양쪽으로 열리는 테일게이트 등 독특한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와 달리 매우 저조했고, 1년 만에 단종됐다.
5. 테슬라 사이버트럭(Cybertruck)
테슬라는 2012년부터 픽업트럭 개발을 예고했으며, 2023년 말 마침내 ‘사이버트럭’ 양산에 돌입했다. 스테인리스 차체와 쐐기형 디자인은 공개 직후부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이들은 이를 “가장 못생긴 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외관뿐 아니라 조립 품질, 오프로드 성능, 안전성 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지만, 브랜드 충성도 덕분에 일정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다소 조악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트럭은 분명히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특별한 픽업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 독특함 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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